한 어 린
" 우리 약속 하나만 하자. "
178cmㅣ62kgㅣMaleㅣ19yrs
복종ㅣ한계ㅣ어린
짖으라면 짖어줄게, 언듯 들으면 완벽한 복종을 의미하는 말이 놈의 푸석하게 갈라진 잇새를 비집고 나왔다. 핥으라면 핥아줄게, 모욕적인 말을 들었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담담한 얼굴이였다. 죽어가는 짐승의 눈을 한 놈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종내에는 자신이 버러지만도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철저하게 복종하는 개새끼. 놈의 일생이라고 해도 좋을 모든 시간을 꿰뚫고 눌러내려 밑바닥에 처박은 낙인. 반항의 기색조차 없이 가장 낮고 비참한 자세를 취한 놈의 주위를 둘러싼 버러지들은, 그저 재밌다는 듯 조롱과 비웃음만을 진득하게 쏟아냈다. 탁하고 흐리게 질린 검회색 눈동자가 일순 선연하게 박혀왔다. 허나 그들 중에서 알아챈 이는 누구도 없었다. 알았더라면, 알았더라면?
손을 내민 이는 있었다. 신께서 가여운 제게 내려주신 동아줄이라고 생각하며 덥썩 잡았던 어리석음도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해와 달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몸을 사정없이 꿰뚫는 수수밭으로 밀어낸 거짓 또한, 있었다. 어리석음의 결과는 절망이며, 거짓에 속은 죄도 너의 것이라. 누군가를 원망해볼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놈이 조각난 몸을 악착같이 끌어 모으며 일어설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내 예쁜 동생, 슬아. 나는 괜찮아. 한 슬, 아니 이 슬. 제 피붙이도 아닌 주제에 애처롭도록 아끼는 이복 여동생은 놈에게 그나마 남아있는 구원이기 때문이였다. 행복한 것만 보여주겠다며 더러운 세상은 등 뒤로 모조리 숨겨놓았는데. 간신히 잡고 있던 작은 손 마저 한줌 재가 되어 사라지자, 놈은 마치 수명이 다한 것처럼 무너져 내렸다.
御燐 다스릴 어, 도깨비불 린. 도깨비 불을 다스린다거나, 뭐 이런 뜻일거야. 존나 멋지지 않냐?
어린놈, 어린새끼, 야한어린 아니고 개새끼들아. 어린왕자라고 하면 좀 좋냐. 책 좀 읽고 살어.
거친 단어들을 마구잡이로 섞어 내뱉는 것과는 달리 꽤나 아끼고 있음이 느껴지도록 퍽 애정서린 목소리였다. 이내 특유의 장난스러운 얼굴로 눈을 약간 내리떠 미소짓고서는 결 나쁘게 푸석한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인다. 검기도, 푸르기도, 붉기도하며 얼룩덜룩 한것이 꼭 저를 닮아 제멋대로이기 짝이 없는 색들은 변덕스런 놈의 성미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마지막 청춘을 맞이하러 가는 길. 놈은 평생을 입던 낡아빠진 옷, 아니면 천박하기 그지없는 싸구려 정장을 죄다 태워버리곤 있는 돈 없는 돈을 죄 긁어모아 옆구리엔 하얀 곰인형 하나를 끼고 새 옷을 번지름하게 차려입었다. 이유는, 이제 우리 슬이 보러 갈건데 이쁘게 입고 가야지. 그러고는 제법 났다 싶은 얼굴을 풀어내며 샐샐 웃을줄도 알더라. 그 꼬라지를 보아하니 짐승마냥 사납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평범하디 평범한 소년과 어른사이, 19살 제 또래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모습이였다.
야, 마지막인데. 웃는 것 쯤 못하겠냐. 우리 행복하자.
어린왕자
나는 B612에 갈거야.
내 장미가 사는.
피아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 스스로가 온전히 좋아서 했던 것.
잇자국
좋지 않은 감정일 때에 제 손을 물어뜯는 버릇
양 손
화상흉터로 일그러진.
내가 바라는 것,
섹시한 연미복 차려입고, 흰색 그랜드 피아노 앞에 폼나게 앉아서.
슬아, 너에게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멋지게 연주해주고 싶었다.